평일 오전 9시 30분 서울대병원 외과 수술실.

유방암 수술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의 손놀림 사이로 ‘바흐’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자, 시작해볼까”. 수술실 안으로 들어온 노동영 외과 교수는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유방암 절제 수술의 시작을 알렸다. 곧이어 수술실 안에서는 수술도구를 찾는 노 교수의 짧고 명료한 목소리와 바이올린 선율만이 울려 퍼졌다. 수술실의 ‘팽팽한 긴장감’은 간간히 농담을 건네는 그의 작은 배려와 음악이 합해져 서서히 여유를 찾아가고 있었다.

수술실 안의 음악. 단순한 심리적 안정감을 넘어선 ‘신비’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뉴욕주립대 연구진은 이미 ‘외과 수술 때 음악을 틀면 의사들의 혈압과 맥박이 안정돼 수술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특히 의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틀었을 때 최상의 컨디션을 보였다는 것이다.

의사들 뿐 아니라 수술 환자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음악은 수술환자의 혈압 회복속도와 심리적 안정면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미국 뉴욕에서 평균 연령이 74세인 40명의 백내장 수술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수술 전부터 수술 직후까지 헤드폰을 통해 음악을 듣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일상적인 간호만 시행한 결과, 음악을 듣고 있었던 그룹은 혈압 회복속도가 빠르고 수술 중에도 의사와 대화하는 여유를 보였다. 반면, 음악을 듣지 않은 그룹은 높은 혈압상태가 오래 지속됐다.

부분마취 상태에서 수술할 경우, 수술 후 불편감이나 만족감까지도 음악이 해소해 준다는 국내 연구진의 발표도 있다.

강북삼성병원 마취과에서 부분마취 후 수술한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음악을 들려준 환자(30명)와 음악을 들려주지 않은 환자(30명)의 심리 및 신체 상태를 분석한 결과, 음악을 들은 환자의 심리적 불안상태가 현격히 낮았다. 또 수술 후 ‘수술에 대한 불편감이나 만족감’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음악요법을 실시한 환자 중에는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가 없었다.

그렇다면 수술실 안에서 어떤 음악을 듣는 것이 가장 좋을까?

이탈리아 파비아 대학의 루치아노 베르나디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순환기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영국의 오페라 가수 ‘폴 포츠’ 등이 불러 널리 알려진 ‘네순 도르마’ 같은 음악이 심장을 느리게 뛰게 하고 혈압을 낮추는 데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크레센도(점점 크게)와 디크레센도(점점 작게)가 풍부해 심장기능 회복에 가장 적당하기 때문으로 연구진은 풀이했다. 더 빠른 템포의 음악은 호흡과 심장 박동, 혈압을 높였고, 느린 박자의 음악은 반대의 효과를 낳았다.

최종혁 국립의료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마음이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 아드레날린이나 코티졸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쁘며 손에 땀이 나는 등 갖가지 흥분 반응이 생긴다”며 “편안한 음악을 들으면, 마음을 평온하게 안정시켜주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에 수술실에서는 특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현 MK헬스 기자 swbs@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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