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영 박사님의 컬럼입니다.
박사님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으로 여러분들의 고민과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합니다.
건강문화
작성자 : 관리자 Date : 2015-09-02Hits : 918

100세 시대 건강문화

많은 이들에게 ‘건강문화’라는 단어는 아직 생소한 개념일 수 있다. 이것은 건강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기 위한 행위를 ‘개인의 특별한 노력’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탈피하여,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건강을 추구하는 행동이 자연스러운 습관(habit)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신선한 음식을 먹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유별나 보이지 않는 사회, 회식자리에서 권하는 술잔을 거절할 수 있는 사회, 야근을 하는 대신 헬스클럽에 갈 수 있는 사회야 말로 모든 구성원들이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그러나 건강문화를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개개인이 실천하는 ‘건강한 문화’들이 모이고 모여야 비로소 건강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사회 내 건강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개인의 건강한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건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운동일 것이다. 운동을 하면 우리 몸에 있는 순환기, 호흡기 뿐만 아니라 근육과 정신도 더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럴싸한’ 운동 만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코넬 대학의 심장의학자 헨리 솔로몬 박사는 ‘걷기’ 운동을 가장 이상적인 운동으로 꼽았고, 스탠포드 대학의 파펜버거 교수 역시 ‘온건한 운동’이야 말로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줄인다고 충고했다.

우리가 떠올리는 운동의 이미지-땀을 흘리는 격렬한 신체활동-가 모든 운동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강도가 높고 힘든 운동보다는 자신의 연령과 체력에 맞는 운동이 중요하다. 기 체조와 같은 가벼운 스트레칭 만으로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100세 시대에 또 하나 추천할만한 운동은 게이트 볼이다. 게이트볼은 스틱으로 볼을 쳐서 게이트를 통과하게 하는 구기운동으로 당구와 골프를 합쳐 놓은 형태이다. 한국유산소과학회지에 따르면 게이트볼 운동을 하는 노인들은 노인정을 이용하는 노인들보다 체력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생활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긴장과 기술적 성취, 인간관계 형성 등이 신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운동에 이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소는 식습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바른 식생활의 조건으로 4가지를 제시하는데 제때에, 체중과 활동량에 알맞게,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온 가족이 모여 즐겁게 가 그것이다. 신체리듬에 맞춰 세 끼를 챙겨 먹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너무 많거나 적은 양이 아니라 적절한 양을 섭취해야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때 특정 영양소를 편식하기 보다는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식사를 하는 것은 소화기관의 부담을 덜어준다. 또 하나 최근 강조하고 있는 내용은 나트륨섭취량이다. 나트륨은 너무 많이 먹으면 고혈압이나 신장질환을, 너무 적게 먹으면 심장기능이상을 불러 올 수 있어 적절한 양을 섭취해야 한다. WHO 에서 권장하는 하루 섭취량은 5g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 '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신체의 건강 상태는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갑작스레 신체적인 질환을 앓게 된다면 가볍게는 불면증 때문에 고생을 할 수도 있고 불안감을 경험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투여하는 약물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스테로이드성 약물, 면역억제제, 혈당강하제, 혈압약, 이상지질혈증치료제, 수면안정제 등과 같은 약물의 경우 드물긴 해도 각종 정신건강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정신건강과 심리적인 요인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쁨, 행복, 짜증, 슬픔, 분노 등과 같은 감정 상태가 과도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아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가족, 친구, 학교, 직장과 같은 사회적인 요인도 정신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사회 내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데 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성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신체적,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건강문화를 추구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건강행동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보기로 하자. 건강 행동은 개인, 집단 및 조직의 행위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동에 대한 결정요인, 관련요인 및 결과-사회 변화, 정책 개발 및 실행 등-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건강을 추구하는 신체의 상태에 따라 개인의 건강행동은 4가지로 구분된다. 

예방행동은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목적으로 취하는 행동이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예방접종, 비만 예방을 위한 규칙적 식사, 폐암 예방을 위한 금연, 손상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벨트 착용이 그 예이다. 이 외에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이 예방행동에 포함된다.

병감행동은 질병에 이환된 상태에서 전문가·지인 등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증상에 대한 의견과 충고를 찾는 행동을 의미한다. 감기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때 '금방 낫겠지'라고 판단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병원에 가서 지금 경험하고 있는 증상이 감기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질병으로 인한 증상인지 확인하거나, 증상이 병원에 갈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인터넷에서 정보를 탐색하는 행위도 여기에 해당한다. 

환자역할행동은 질병 상태에서 질병이 없는 정상상태로 돌아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감기를 예로 들면 감기를 빨리 낫게 하기 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따뜻한 물 많이 먹고 비타민 많이 섭취하기', '쌍화탕 한 잔 마시고 땀 푹 내면서 잠자기', '소주에 고춧가루 타먹기' 등 의학적 처방에 따르지 않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심각한 질병에 걸렸을 경우 종교에 의지하여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도 건강행동 중 환자역할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정책 및 법안 마련 등 사회적 차원에서 집단 및 조직의 건강행동을 강조하는 사회적 건강행동이 있다. 간접흡연의 피해를 예방하고 흡연자들의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금연 구역 지정, 청소년의 흡연을 예방하기 위해 TV 프로그램 내에서 흡연 장면 규제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전문가에게 자격증 혹은 면허증을 부여하여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정확하지 못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비과학적인 중재 방법을 도입하는 것을 막는 것도 사회적 건강행동의 예로 들 수 있다. 이를 실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근거기반인 정책 및 법안을 마련하는 것 역시 사회적 건강행동의 예에 속한다. '허리둘레 5% 줄이기'와 같이 사람들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보건교육, 캠페인도 사회적 건강행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행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고의적 자해를 제외하고는 모두 예방이 가능한 질환에 의한 사망이다. 이 중 심장질환, 뇌혈관질환,당뇨병, 고혈압성 질환 등 비감염성 질환은 병원균과 단일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기 보다는 인구사회학적, 환경적, 생활양식, 유전 등의 다양한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최근에는 생활양식요인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는데 캐나다의 랄론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건강 수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생활습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생활습관이란 오래도록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행동패턴으로 일시적인 행동이 아닌 습관적으로 고정된 개인 생활행동의 복합물을 의미한다. 건강증진을 위해서는 건강행동이 이렇게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정착되어야만 한다.
                         


건강행동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여건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HIV/AIDS의 예는 인식이 변함에 따라 건강행동도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과거 AIDS에 대한 인식은 '환자와 접촉만해도 걸리는 병', '걸리면 죽는 불치병'이었지만 현재는 감염경로의 확인과 치료약의 개발로 인해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되었고, 이에 대한 질병 회피 행동이 환자와의 접촉을 단절하는 것에서 성관계시 콘돔을 사용하여 스스로 예방하는 것으로 변화하였다.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낙인이 완화되어 건강행동의 변화로 이어진 또 다른 사례로는 우울증이 있다. 과거 우울증은 '의지가 박약한 사람에게만 걸리는 전유물'이나 '정신병‘의 일종으로 여겨졌으나 현재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마음의 감기’로 인식이 전환되면서 정신과 치료의 문턱이 낮아진 상태다.

반면 질환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어 건강행동이 변화한 예로는 소아비만을 들수 있는데 예전에는 뚱뚱한 아이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으면, 어린들은 '괜찮아, 나중에 크면 살이 다 키로 갈거야'라고 아이들을 위로하면서 아이들의 체중관리를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만이 여아의 경우 초경을 앞당기고, 초경 1~2년 후에 성장판이 완전히 닫혀 더 이상 키가 크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소아비만과 성인병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며 소아비만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는 질환이 되었다. 

스케일링은 잘못된 인식이 교정되어 건강행동의 변화를 일으킨 사례이다. 이전에는 스케일링을 한번하면 치아사이가 벌어져 지속적으로 해야한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스케일링이 치면세균막과 치석을 제거하여 구취제거 및 치주질환 예방의 효과를 갖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스케일링의 수요가 늘어났고, 현재는 보험급여대상 처치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의 건강행동 중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할만한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떠올려보자. 너무 어렵다면 여기 암 예방 권장사항 중에 몇가지를 골라 실천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대한 암협회는 암환자 80만명 시대를 맞아 암 예방을 위한 수칙을 제안 했다. 영양, 절주, 금연, 운동 등 실천하기 어렵지 않은 내용이다. 미국 암협회는 운동에 대한 권고를 보다 자세히 제시했다. 결국 암 예방은 일상 속 사소하지만 꾸준한 실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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