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2018년이 흘러갔다, 해는 어느 날과 똑 같이 떠오르건만, 기해년의 해는 무언가 다르기를 기대하였으나, 첫날부터 황사와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에 해돋이를 결국 보지 못했다.  해를 보지 못한 것만이 실망이 아니라 2019년이 한 달이 다되어 가는데 여전히 하늘은 뿌옇고, 주변의 정치 경제 의료현실도 뿌옇다. 누구 탓을 하랴, 모두가 다~, 나, 우리들의 탓이다.

 세상이 포악해 지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 장소를 가리지 않는 폭행, 살인...    왜 그럴까? 인간성을 잃었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다.  정말로 호모 사피엔스가 사라지려고 거의 종말의 정점에 와 있는 전조일까?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등 4차산업의 본질은 과학을 앞장 세운 철저한 개인주의, 미세이기주의의 극치로 생각된다. 그러니 인간, 사람들의 교류, 교감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시 되고, 무시되기 일쑤이다.  학교에서는  동아리모임, 우리들은 비너스모임... 이런 종류의 사람들의 모임은 점차 약화되고 있고, 대신 카카오톡 등 소위 단톡방 등은 불특정 상대로 각종 언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익명, 불특정이란  무기를 내세워 서로를 파괴하며, 각종 거짓과 무책임의 혼란으로 빠져가고 있다.
그리 오래 살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60 인생에도 각종 변화가 윤회하기도하고 , 어떤 순간에는 데자뷔를 맞이하듯, 어~ 이것 언제 그랬더라 하는 일들이 돌고 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도도하게 엄청난 속도로 닥치는 변화의 물결에 감각을 읽어 버리고, 그 변화에 몸과 마음을 맡겨버리게 되었다. 이제 그 변화의 주체도 찾기 힘들다.  위인은 어디에 있고, 지도자는 또 어디에 있는지, 그보다 보이지 않는 어마한 힘에 의해  무질서 해 보이지만, 어느 방향으론가 가고 있다. 마치 기술로 무장한  과학의 세계만 그러해 보이지만, 이 분야는 조금 더 구체적일 뿐, 더 엄청나고 무서운 변화들이 때로는 몇몇 영향자들이, 때로는 거대한 집단에 의해  우리 인류를 소용돌이 속에 빠뜨리고  있다.  기후변화, 새로운 냉전체제, 인간성 상실, 기존 질서의 파괴 등 겉잡을 수 없는 변화는 마치 부산물처럼 함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마디로 삶이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언제는 안 어렵다고 한 적이 있었는가?  현실적으로 보면 이전에는 훨씬 못 먹고 , 못 입고, 치열한 가운데 억척스레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 때는 하면 된다는 생각이 더 우리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하면 되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기적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긍정적인 발전을 이루어 내었다.   또 그 발전의 주역에 우리가 있었다.  내가 전문으로 하고 있는 의학만 보아도, 가장 획기적인 변화와 발전을 이룬 분야이기도 하다.  모두가 볼모지에서 외국을 다니며, 기웃거리며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굽실되던 때가 불과 30여년 전도 안된다. 이 후  많은 인재들이 유학을 다녀오며, 의학에  영재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상황 속에서 , 지금은 기초학문을 제외한 어느 분야에서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난치의 병을 치료받기 위해 해외로 돈 싸들고 떠나는 부류도 거의 없다, 오히려 난이도가 높은 진료, 치료를 위해 전세계에서 한국을 찾는 경우가 더 많게 되었다.  병원마다 해외에서 한국의 수준 높은 의술을 배우기 위해 전공자들 뿐만 아니라 전문교수들까지도 방문을 하여 가운을 입고 다니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가 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일까? 소위 고속발전의 이면에 차분히 다져지지 못한  근본의 부족, 철학의 부재, 전통 문화의 후진성등 이러한 것들이 원인일 것이다.  많이 가지고도 맘은 오히려 빈곤해지는 세상, 자신의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절대로 믿지 못하는 세상,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 우리나라 사람들의 오랜 전통인 관용, 여유, 덕망, 인정.. 이런 것들은 사라진 지 오래인 것 같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다.   환자분들을 대할 때도 이전과 달라졌음을 많이 느낀다.  일단 편하지가 않다.  언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매우 절제된 언어뿐만 아니라 어느 수준의 평가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기가 어렵다. 

나는 이럴 때 일수록 휩쓸리지 말고 스스로를 찾는 데 힘을 쏟아야 하겠다고 맘을 먹는다.
환자분들의 예기를 더 듣고자 노력하고, 눈도 오래 맞추고, 손글씨도 많이 쓰려고 한다.  어차피 아날로그로 시작한 세대인데, 그리 대하는 것이 더욱 맘에 와 닿으리라는 판단이다.  물론 세대별로 차이 나게 대하여야 할 것이다. 자칫 젊은 분들에게 무리하게 하였다가는 낭패이다.
꼰대같은 예기가 되기 쉽고, 헐~, 헉! 이다.  좀 더 정제되고, 분명한 의사 전달이 필요하다.

 이렇게 나는 그럭저럭 해결하여 의사로서 풍미한 그 동안의 한 시대를 잘 마무리 할 수 있는데, 문제는 내 후속 세대들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 나아가야 할 아픈 사람들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도 지속되어온 디지털 환경이 완전히 자리를 잡아, 인공지능, 원격진료, 로봇  등이 인간과 함께 할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환경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길어져 가고만 있는 수명이다. 틀림없이 무엇이던 편해지고, 아프지만 자리에 앉아서 해결될 일들이 더욱 가능해 질 것이고, 의사의 역할도 그에 맞추어 달라질 것이다. 의사들의 지능도 빌려오면 되고, 판단도 더욱 명확하게 컴퓨터가 앞설 것이다.  그러하다면 미래에는 예방, 예측, 케어가 훨씬 중요한 세상이 올 것이다. 넋두리다,

   우리 비너스와 모든 회원 분들,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의 새해가 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