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영 박사님의 컬럼입니다.
박사님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으로 여러분들의 고민과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합니다.
"환자의 아픔, 인간적으로 이해해야죠"
작성자 : 관리자 Date : 2015-11-19Hits : 1830



국내 유방암 최고 권위자

매일 온라인 게시판에 댓글 달며 환우들과 교감

핑크리본 캠페인 등 유방암 인식 개선 힘써


-수술한 지 2년이 되어가요. 현재 호르몬제 약을 먹고 있는데 앞머리가 백발이 되어버려서 염색을 했고, 파마도 한 번 했어요. 계속해도 될까요?

↳“아무 염려 마시고, 남들 하는 것 다 하셔요. 단풍 나들이도 다녀오시고, 파이팅.”

-항호르몬제 약을 1년 3개월째 복용하고 있어요. 아침마다 청국장 콩을 채소 주스에 갈아서 마시고, 콩밥과 두부도 먹어요. 콩을 너무 많이 먹는 건가요?

↳“많이 드시는 것은 아니지만, 음식을 약처럼 드시지 말고 청국장을 해서 맛있게 드시면 어떨까요?”

-졸라덱스 주사를 4주마다 월요일에 맞고 있어요. 내년 2월엔 설날인데 휴일 전에 맞아야 하나요? 아니면 다음 날 맞는 게 좋은가요?

↳“흠. 그럴 땐 동전을 던져 앞뒤로 결정하곤 하지요. 파이팅.”


서울대학교병원 유방암 환우들의 모임인 ‘한국비너스회(www.koreavenus.com)’ 인터넷 카페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유방암 관련 질문이 올라오고, 하루도 빠짐없이 유방암 전문가의 댓글이 달린다. 한국유방건강재단 이사장이자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 소장, 대한암학회 이사장, 대한암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는 노동영(60)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교수가 댓글의 주인공이다.

‘노동영 박사의 유방암 Q&A’는 서울대학교병원을 이용하는 환우뿐 아니라 유방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회복기에 접어든 모든 여성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노 교수가 유방암 분야의 권위자로서 대답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항을 설명한 후 “자세한 것은 주치의와 상의하라”는 말을 잊지 않는 이유다. 암과 싸우는 환자들에게 지나친 걱정은 도움이 안 된다. 재치 있는 답변으로 여유 있고 긍정적인 자세를 끌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을 비롯해 저소득층 수술치료비 지원, 유방암 자가검진법 전파, 유방건강 관련 학술연구비 지원 등을 진행하는 한국유방건강재단은 2000년에 설립됐다. 노 교수는 이사장으로서 유방암과 유방건강 인식 향상을 위한 핑크리본 캠페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3월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에 참가한 인원은 25만4047명이며, 유방암 무료 예방 검진을 받은 여성은 2만7529명이다. 저소득층 유방암 수술·치료비 지원은 780건에 달하고, 700회가 넘는 건강 강좌를 진행했다.

“진료실이 아닌 병원 밖에서 환자들과 어울리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유방암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노동영 교수를 만났다.

-온라인과 각종 모임 등에서 환자들과 만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처음 의사가 됐을 때만 해도 몇 분 안 되는 외과의사는 그야말로 신 같은 존재였다. 그 밑에서 배우는 우리한테도 선생님들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아픈 환자의 인권은 존중받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전문의 활동을 시작했을 즈음에 화두가 된 것이 환자의 인권 문제였다. 암을 다루는 사람은 매번 보는 일이지만, 상대방은 일생일대의 충격적인 일을 겪는 것이다. 환자들을 충분히 경험하고 내면을 읽기 위해 환자 모임을 만들고 워크숍에 참석한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비너스회를 만든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인가.

“동병상련을 느끼는 회원들의 공간이다. 나는 멘토 역할을 한다. 외국에 사는 한국인도 홈페이지에 많이 들어온다. 한국비너스회 같은 환우회 홈페이지는 매우 많지만, 활발히 활동하는 카페는 별로 없다. 카페가 살아 있으려면 문답이나 사진을 열심히 올려야 한다. 우리 카페는 잘 살아 있다. 회원들이 적극적이다. 초기에는 재정 문제부터 여러 가지를 간섭했지만, 지금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바자도 열고 잘 운영하고 있다.”

-진료 시간이 짧아서 불만을 느끼는 환자들이 여전히 많다.

“진료할 때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환자와 눈도 안 마주치는 의사들이 있다. ‘이거 드시면 되겠네’ 하면 끝이다. 환자들이 흔하게 겪는 일이다. 의사들이 원격진료 반대한다면서 환자를 옆에 두고 원격진료를 한다. 아픔을 학문적으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의료는 점점 비인간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로봇이 상당히 많은 일을 대신해 준다. 의사들이 따뜻한 손으로 진찰하지 않고 계속 기계만 쳐다보고 있으면 그 자리는 결국 로봇이 대신할 거다.”

-2012년부터 국민건강지식센터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좀 더 큰 틀에서 건강 혹은 질병을 다루고 싶다. 사람들은 건강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지만, 건강한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리학, 교육학, 보건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생활습관병을 유발하는 이유는 올바른 지식의 부족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지식은 건강한 습관 형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다. 국민건강지식센터는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정확한 건강지식을 전파해 건강문화를 선도하고자 한다.”

-세계적인 유방암 예방운동 ‘핑크리본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핑크리본 캠페인을 시작한 지 15년째다. 행사에 대한 인지도는 높은데 핑크리본을 안다고 해서 유방암에 관심이 많다고 할 수도 없다. 또 지방은 아직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서 아쉽다. 지역 차를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 어쨌든 우리나라 유방암 검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검률은 60% 이상으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가에서 검진율을 높이려고 애쓴 것도 있지만‚ 우리가 진행한 캠페인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기 발견율이 높아지면 생존율도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에서 유방암 5년 생존율이 최고로 높다. 그런 데서 보람을 느낀다.”

-저서 『이젠 두렵지 않다 유방암』은 ‘환자에게 미용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치료에 있어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는 얘긴가.

“암은 상당히 긴 과정이 필요하다. 수술, 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이 이어지는 긴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30% 정도는 우울증을 겪는다. 그중 10%는 전문적인 상담치료가 필요하다. 짐작이 가지 않나. 멀쩡한 사람도 우울증에 빠지는데 절망적인 순간을 겪는 환자들은 어떻겠나. 우울증은 먹구름이 자기를 확 둘러싸는 거다. 암만큼 무섭다. ‘너 괜찮을 거야’라는 말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우울증이 기본적으로 자리를 못 잡게 해야 한다.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옆에 있는 가족과 친구의 도움이 중요하다.”

-유방암 수술 후 5년 동안 재발이 안 되면 완치로 봐도 되나.

“상당히 철학적인 문제인데 완치라는 건 없다. 인간 자체가 불치다. 암은 완치되는 병이라고 하지 않는다. 암은 난치라고 한다. 암은 콜레라균처럼 어디선가 날아와서 자란 게 아니라 몸에서 생긴다. 지금은 멀쩡하지만‚ 암이 생길 수 있다. 유방암 수술 후 5년이 지나면 일반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 사람들이 유방암이 새로 생기는 확률과 5년이 지난 후에 생기는 확률이 유사해진다고 보면 된다. 정상인이 암에 걸리듯 완치가 된 후 다시 정상인으로서 또 암에 걸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다. 인간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항상 재발 우려를 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많은 분이 유방암에 걸린 후부터는 빵도 안 먹고 채소만 먹는다고 말한다. 난 이렇게 말해준다. ‘당신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가. 인생의 목표가 유방암에 안 걸리기 위해서 사는 것인가’라고 말이다. 인생의 목표가 병에 안 걸리기 위해 사는 건 아니지 않나. 병에 안 걸리기 위해서 사는 사람도 있나? 즐기고, 먹고 싶은 거 먹고,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거다. 먹는 거에 대한 편식이나 혹은 집착을 버려야 한다.”

-암 예방과 재발 방지에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운동. 운동처럼 중요한 게 없다. 암도 예방하고, 치료받은 사람은 재발률도 떨어뜨린다는 데이터가 있다. 위험하거나 무리한 운동은 해가 되고. 적절한 운동이 중요하다. 유럽의 경우 어린아이들을 많이 뛰어놀게 한다. 운동을 통해 페어플레이나 협동, 소통을 배우기도 하지만, 기본 체력을 가지게 하는 거다. 또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해에 800여 명에 가까운 유방암 환자를 수술하신다. 힘든 순간도 많을 것 같다.

“800명씩 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좀 줄었다. 수술 자체는 힘들지 않지만, 가슴 모양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조직검사를 해보면 암이 남아 있어서 절제할 때 좀 힘들다. 아주 작은 암이 보여서 그것만 떼러 들어갔더니 주위에 암이 퍼진 거다.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 그럴 때 가장 당황스럽다. 환자가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도 당황하고 환자도 당황하는 거다. 그리고 재발이 됐다든가 혹은 여러 차례 반복될 때 의사라도 뭔가 결정하기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많다. 환자가 어렵다는 건 의사도 어렵다는 거다.”

-특별히 잊지 못하는 환자가 있나.

“한 번의 연주를 위해 1000번을 연습한다는 피아니스트 서혜경씨다. 유방암 3기였다. 그분한테서 잊을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방사능 치료를 끝내고 두 달 만인가 리사이틀을 열었다. 굉장히 힘든 상태였는데 라흐마니노프 1, 2번을 연주했다. 공연 팸플릿에는 연주회를 노동영 박사에게 헌정한다고 적었더라. 중간에 나를 일으켜서 무대에서 인사를 시켰다. 예술의전당 1500석 공연장에서. 전혀 예상을 못 했다. 뭉클한 순간이었다. 지금은 서혜경씨가 내 홍보대사가 됐다. 노 박사 아니면 자기가 여기 없었을 거라고.”

-유방 절제 후 아름다움과 여성성을 잃었다는 생각에 좌절하는 분이 많다.

“유방암은 암의 공포뿐만 아니라 여성성, 미의 상실감도 함께 겪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부분 절제로 상실감을 줄여주고, 전절제를 하더라도 동시 혹은 지연 복원으로 보상하고 있다. 정부도 재건 치료비를 상당액 지원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마음의 상실이 더 문제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은 유방암으로 전절제를 했다. 그가 남편에게 ‘I am sorry(미안하다)’라 했더니 레이건 대통령은 ‘I did not marry you because of your breast(당신 가슴 때문에 결혼하지 않았다)’라고 대답했다. 우리 인체의 한 부분이 전체가 될 수 없다. 그런 부분에 장애를 느끼기보다는 자신감으로 새로이 태어나기를 빈다.”

-너무 바빠서 개인 생활이 없을 것 같다. 시간이 나면 주로 무엇을 하나.

“바쁜 사람이 개인 생활도 잘한다.(웃음) 시간을 잘 쪼개서 쓴다. 욕심이 많아서 취미생활도 다양하게 한다. 학교 다닐 때는 스키도 타고 심지어는 요트까지 사서 타고 그랬다. 지금은 등산, 골프, 달리기를 꾸준히 한다. 건강 때문이다. 건강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간만 나면 뛰고 병원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책도 많이 읽는 편이다. 아침에는 무조건 일찍 일어난다. 지금은 몇 가지 이유로 6시 30분쯤에 출근하는데 전엔 항상 6시에 출근했다. 50대까지는 주말에도 병원에 나왔다. 한번은 가족과 시간을 못 보낸 게 반성이 돼서 일요일에 집에 좀 있어 볼까 했더니 ‘아빠 왜 병원 안 나가세요?’ 하더라. 그 말 듣고 다시 병원으로 갔다.(웃음)”

-올해 환갑을 맞이하셨지만, 앞으로도 계속 바쁘실 것 같다.

“내 일과 내 몸 자체를 공인으로 생각한다. 사회에서 날 필요로 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나. 기운이 있을 때까지 의사로서 좀 더 큰 역량을 발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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