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영 박사님의 컬럼입니다.
박사님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으로 여러분들의 고민과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합니다.
"수술실에서 클래식 틀어놓고 기다려, 벼랑 끝에 선 듯 환자가 내게 손잡
작성자 : 관리자 Date : 2015-10-21Hits : 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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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리본' 캠페인 15년… '유방암 국내 최고 권위' 노동영 서울대 의대 교수]
"암 3期 서혜경씨는 물었다 '수술 후 피아노 칠 수 있느냐?'내가 자신 있게 답변했다 '못 칠 이유가 없다'고…"

"폐경기 지난 여성의 유방은 역할이 끝났고 불편할 뿐 거기에 癌 생기는 걸 보면 조물주가 원망스러울 때도"

어제 여의도에서 '핑크 리본 사랑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대부분 여성(女性)인 1만 명의 참가자 속에 노동영(59) 서울대 의대 교수도 5㎞ 구간을 뛰었다. 그가 대회 주관자였다.

"여성들이 모여 이렇게 뛰는 게 장관(壯觀)이지 않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함께 한국유방건강재단을 설립해 2000년부터 '핑크 리본' 행사를 해왔다. 유방암은 족보로 치면 '서구 암'이다. 미국에서는 여성 9명 중 한 명이 유방암에 걸린다. 여성을 죽이는 '넘버원(No. 1) 킬러'였다. 국내 유방암 발병률도 15년 전에 비해 4배 증가했다."

그는 유방암 국내 최고 권위자다. 지금껏 1만 건 이상 수술했고, 그에게 수술받기 위해 줄을 선다. 국제 학술지에 360여 편의 유방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초대 암병원장도 맡았다.

이는 유능한 의사라면 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방암 환자들의 모임인 '비너스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질문에 대해 일일이 답변해주는 일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4만 건 이상 답을 해줬다. 인턴을 시키겠지, 설마 내가 직접 답을 달겠나라고들 생각한다.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한다. 정식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다. 내가 의사직을 그만둘 때 이 작업이 가장 큰 보람으로 남을 것이다."

―무슨 마음으로 시작했나?

"진료실에서 환자를 대하는 시간은 고작 1~2분이다. 환자들끼리 잘못된 정보를 주고받고 극도의 공포를 퍼 날랐다. 유방암이 발견되면 먼저 우울증에 걸린다. 고기를 아예 입에도 안 대려고 한다. 나는 '차라리 아무 음식이나 막 먹고 스트레스 없이 사는 게 더 낫다. 우리는 유방암에 안 걸리려고 사는 게 아니다. 암(癌)보다 우울증에 걸리면 이야말로 삶 전부를 잃어버리는 것이다'고 말해준다. 의사가 함께 어울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에게 위안이 된다."

―암 종류도 많은데 하필 유방암을 전공했나?

"1990년대 초 내가 교수 되면서 암 전공이 세분화됐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서 유방암이 드물었다. 외과 의사들의 관심 분야가 아니었다. 하지만 조만간 국내에서도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2000년대 들어 급속하게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일 년에 1만7000명, 여성 10만명당 52.1명꼴로 유방암에 걸린다.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나 OECD 국가 중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국내 암 발병도로는 위암·갑상선암·유방암 순이다(갑상선암 통계에는 왜곡이 있다는 주장도 있음).

―일반 남성들은 여성 가슴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데, 직업적으로 늘 들여다보면 어떤가?

"내가 아는 가슴이란 미학적 장르와는 다르다. 진료 상황 속에서 짧은 시간에 보니 에로틱한 부분이 전혀 없다. 수유(授乳)를 마치고 폐경기가 지난 여성의 유방은 역할이 끝났다. 처지고 불편할 뿐이다. 그런데 거기에 암이 생기는 걸 보면 조물주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여성 환자들로서는 남자 의사 앞에서 내밀한 부분까지 상담하는 것인데.

"세심하게 배려를 해줘야 한다. 의사가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이 환자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나는 수술할 때 환자가 들어오기 전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기다린다. 환자는 벼랑 끝에 선 기분일 것이다. 어떨 때는 내게 손을 잡아달라고 한다. 수술대 위의 환한 백색 조명도 마취가 된 다음에 켜라고 한다."

그의 연구실에는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이 눈에 띈다. 김성주 대한적십자 총재(성주그룹 회장)가 선물한 강아지 인형도 있다.

―김성주 회장도 선생의 환자였나?

"그건 비밀이다."

―여성에 둘러싸여 지내는 것 같다.

"그건 사실이다. 남성들은 부러워하며 이런 질문을 많이들 한다."

―별로 부럽지는 않다. 본인이 여성화된다는 기분은 없나?

"유방 전문의는 다른 의사들에 비해 섬세하고 부드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여성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혹 '페미니스트'일지는 모르나."

―유방암 수술을 받은 피아니스트 서혜경씨가 예술의전당에서 컴백 공연을 해 화제가 됐다. 당시 주치의가 선생이라고 들었다.

"9년 전이다. 내가 클래식을 좋아해 서혜경씨가 찾아왔을 때 금방 알아봤다. 오른쪽 가슴에 3기(期)로 심했다. 그녀는 '피아노 연주는 내 생명과 같다. 수술을 하면 피아노를 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못 칠 이유가 없다'고 답해줬다. 그녀는 전 세계로 의사를 찾아다녔지만 이런 대답을 처음 들었다고 했다."

―피아노를 못 친다는 것은, 수술 후 기력이 떨어져 그런가?

"수술 과정에서 팔 부위의 임파선을 긁어내기 때문에 그렇다. 그녀는 퇴원한 뒤 왼손으로 연습했고, 방사선 치료를 받고 석 달 만에 공연했다. 공연 팸플릿에 '라흐마니노프는 우울증을 치료해준 의사 니콜라이 달에게 곡을 바쳤다. 나는 이 곡을 노동영 교수에게 헌정한다'고 쓰여 있었다."

―유방암은 재발률이 높다고 들었다.

"유방암은 치료제가 많이 개발돼 재발(再發)해도 고친다. 다른 암에 비해 환자가 오래 살기 때문에 재발이 흔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9년이 지났으면 재발 시기는 지났나?

"재발 여부는 알 수 없다. 암 수술 후 2년간 집중 관찰하고, 5년이 지나면 재발 건수가 현저히 줄어들지만."
―여성들은 가슴에 말랑말랑한 공처럼 멍울이 잡히면 불안해하는데?

"그게 암일지 모른다는 공포는 근거가 없다. 특히 20대에게 그런 멍울은 대부분 아무것도 아니거나 양성 종양에 불과하다. 극히 예외적 경우를 빼고는 내버려둬도 상관없다. 물론 젊은 연령층의 유방암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유방암에 걸릴지 모른다는 잠재적인 공포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암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암은 특별한 게 아니다. 남자는 다섯 명 중 두 명이 걸린다. 여자는 33%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예방할 수 있고 나을 수 있다. 유방암이 급증해도 다양한 치료법을 많이 갖고 있다. 사망률은 10만명당 6.1명이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초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5%가 넘는다. 3·4기는 30%대로 떨어지지만."

―그 공포라는 게 '여성'의 상징을 잃는다는 데서 비롯된다.

"정서적인 측면이 중요하다. 유방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특히 심리적 공허함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에 가깝고 가슴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수술받을 때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잘라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과거에는 유방과 주변 조직을 완전히 도려냈다. 지금은 모양을 살려놓는 부분 절제를 한다. 성형과 재건 수술도 발달했다."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 절제(切除)를 한 게 화제가 된 적 있다.

"암을 발생시키는 변이유전자가 있으면 80% 이상 걸린다. 예방적인 절제를 하고 보형물을 넣어 가슴을 예쁘게 성형한 것은 연예인으로서는 현명한 선택이다."

―유방암에 잘 걸리는 체질이 있나?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에게서 잘 생긴다. 12세 이전에 초경(初經)이 있고, 55세 이후에 폐경이 된 사람도 잘 걸린다."

―성관계를 않거나 독신 여성에게 발병률이 높다는데?

"출산·수유와 관계가 있다. 아기를 갖지 않거나 출산이 늦는 경우, 또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여성이 취약하다. 학술적으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가슴이 클수록 발병률이 높다는 속설은?

"관련 없다. 유방의 치밀도와 관계있을 뿐이다."

―가슴 탄력을 말하는가?

"그건 촉감이고, 영상(影像)에서 나타나는 유방 내부 조직을 말한다. 치밀도가 높다는 것은 지방이 적고 유선(乳腺)이 빽빽하다는 뜻이다."

―서양 여성에 비해 유방 조직이 치밀해 상대적으로 검진과 수술이 어렵다고 들었다.

"지방과 유선이 뒤섞인 것처럼 돼 있기 때문이다. 유방촬영술만으로는 잘 찾아내기 어렵다. 초음파를 함께 해야 한다. 반면 서양 여성들은 지방이 많아 유선과 쉽게 대비가 된다. 수술할 때도 마치 거미줄(암세포가 자라는 유선)을 뚝뚝 잘라주는 식이다."

―서양에서는 50대 발병률이 높은 데 비해, 국내에서는 40대가 가장 높은 걸로 안다.

"지금 연령별 유방암 발병 곡선을 보면 48세가 정점이다. 그 이후에는 내려온다. 우리 어머니들은 잘 걸리지 않았다. 고칼로리에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식단의 변화가 있었다. 여성호르몬 분비와 관계되는 성적 자극이 주위에 많아졌다. 초경은 빠르고 폐경은 늦어졌다. 젊은 층의 유방암 발생률은 서양과 거의 차이가 없게 됐다."

―식단을 바꾸면 예방할 수 있나?

"미국 암협회에선 채소를 하루 다섯 접시 이상 먹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고기는 지금보다 30% 이내로 줄이고 콩류를 많이 먹는 게 좋다. 술·담배가 해로운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결혼 뒤 아기를 일찍 낳고 모유 수유를 하면 좋다. 또 매주 사흘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운동해야 한다."

―유방암 세포는 다른 부위의 암세포와 성질이 다른가?

"유방암 세포는 호르몬을 먹고 자란다. 이를 차단해버리면 죽는다. 유사한 유형이 남성들만 걸리는 전립선암이다."

―각각 여성암과 남성암이니 성별로는 공평하다.

"그렇다. '핑크 리본'처럼 캠페인을 벌여 급증하는 전립선암에 대해 환기시켜야 한다."

―본인은 의사 직업에 대해 회의를 느낀 적은 없나?

"아버지가 의사였고 나는 외아들이어서 의사 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 자녀는 아무도 의사를 택하지 않았다."

그의 부친은 서울대병원장과 대한병원협회장을 지낸 노관택 박사다. 장인은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현재 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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