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영 박사님의 컬럼입니다.
박사님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으로 여러분들의 고민과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합니다.
먼 북소리 - 2010 서울대 유방센터 노동영교수팀 백두산 종주기
작성자 : 관리자 Date : 2014-06-10Hits :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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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   2010 서울대 유방센터 노동영교수팀 백두산 종주기  
                 
화창한 날씨속에 들뜬 마음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한 서울대 유방센터팀(노동영 교수이하)과 유방암 환우회 비너스회원 40여명은 2시간의 비행 후 장춘공항에 도착하였다. 
 
버스를 타고 8시간 남짓 중국의 넓디 넓은 대지를 지루할 정도로 감상한 후에야 도착한 곳은 송강하(松江河)로 초등학교 뒷뜰야영을 생각나게 하는 숙소에서 그렇게 우리의 첫날은 저물었다. 다음 날 아침 5시반 방마다 문을 두드리는 모텔의 독특한 모닝콜과 함께 천둥소리가 잠을 깨우고 창밖에는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 걱정 반 설레임 반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백두산 입구에 도착. 30분쯤 계단을 올랐을까 우려했던 바 천지는 그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고 예상치 않은 비바람과 추위에 준비한 여벌의 옷으로 모두 무장을 했음에도 몇몇 회원들은 관광팀으로 돌아서고 필자가 잠시 망설이는 사이 백두산 종주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백두산 서파 5호 경계비에서 첫 번째 청석봉(2662m)으로 오르는 길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에 자잘한 돌길로 모두들 종주를 선택하길 잘한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였던가. 하루에도 백 두 번 날씨가 변한다고, 백 두 번을 올라야 천지를 볼 수 있어서 백두산이라는 가이드의 말처럼 녹록치 않은 비바람과 시야를 가리는 안개는 이내 우리의 걸음을 붙잡았다. 하지만 이따금 바람이 걷어내는 안개 사이로 드러나는 모습은 소복히 샇인 눈을 비웃듯이 안개꽃 다발처럼 흩뿌려진 이름 모를 하얀 들꽃과 넓게 펼쳐진 푸르른 능선까지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였고 이게 白頭구나…..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는 풍광은 여느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감명 깊은 장면도,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그것이었다. 
 
세 시간 쯤 지났을까 한허계곡에서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조차 잠시나마 백두의 배려라고 감사해하며, 아직까지는 할만하다고 서로 다독이며 용기를 짜내어 가장 높다는 백운봉(2691m)으로 향했다. 
 
이제까지의 여정은 서막에 불과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고개를 내저으며 짧은 기억을 더듬는다. 한 명이 지나가기도 어려운 좁은 바윗길, 안개가 가려주어서 아찔하진 않았지만 낭떠러지 옆길, 내딛는 발마다 불안하게 움직이는 돌길, 크레바스에 발이 빠질까 긴장하게 했던 빙하길… 포근한 양탄자 같았던 부드러운 풀밭 길……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해준 靈山…… 글로 다할 수도 없고, 혹자는 죽을만큼 힘들었던 우리의 고행을 이런 미사여구로 포장해 버린 나를 꾸짖는다 해도 지금 이 글을 쓰는 내게 白頭는 그리운 추억이다. 
장백폭포를 바라보며 북파 소천지로 내려오는 길은 우리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가벼워지는 듯 하였다. 저기 우리가 묵게 될 호텔이 보이는 하산길…. 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귓가를 적시며,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바닥까지 지쳐버린 나를 쉬게 해주고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복병이 숨어있을 줄이야….. 가파른 경사와 사나운 바위틈 사이 사이 힘이 다 풀려버린 다리를 믿고 내려가기엔 너무 험한 길이었다. 숙소를 눈앞에 두고 거북이 걸음으로 한 시간을 내려왔던가 정신을 차릴 때쯤 비너스 어머님들과 동료들의 행보가 걱정되었던 것은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마지막 그룹은 우리가 도착한지 세시간이 지나서야 얼굴을 볼 수 있었고 많이 지친 몇 분은 현지가이드의 도움으로 하산하여야 했다. 하지만 다시는 경험하기 힘든 악천후 속에서도 모두 사고없이 무사히 백두산 종주를 마칠 수 있었음을 감사하는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같았으리라.
내일은 절대 산과 가까이 않을 거라던 다짐은 청명한 아침 하늘아래 여지없이 무너지고, 우리 일행은 지프차를 타고 천문봉에 오르는 천지관광코스에 합류하였다. 어제 우리가 죽을 힘을 다해 올랐던 그 곳이 여기였던가….. 내리쬐는 햇빛과 옷깃을 여미게 하는 매서운 바람 속에 언제 그랬냐는 듯 고고한 자태를 드러낸 천지는 역시나 장관이었고 모두들 어제의 고생은 다 잊어버린 듯, 천지를 처음 본 관광객들처럼 또 다시 흥분하였다. 
 
백두와의 인연은 이게 마지막이길 바라던 내가 언젠가는 아련한 북소리에 홀려 짐을 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 건 아마도 진한 백두의 향취 때문이리라. 
 
평생 잊지못할 추억을 함께 만들어준 노동영 선생님과 사랑하는 동료들, 어려운 일정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 비너스 어머님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드리며 자연앞에 숙연해진 내 모습을 돌아보는 일조차 연한 미소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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