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도 세계유방암학술대회(GBCCㆍ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가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됐다. 한국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GBCC는 한국유방암학회가 만든 세계적인 학술행사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이번 학술대회는 `유방암 맞춤치료`에 주목했다. 이를 기념해 GBCC는 행사 마지막 날인 8일 오후 1시 행사장에서 대회 참석차 방한한 세계적 유방암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좌담회를 했다. 유방암 전문가들은 "GBCC는 유방암 환자와 의사를 위한 국제적 학술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GBCC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날 좌담에는 대회 조직위원장인 서울대병원 유방센터 노동영 교수와 미국 국립유방암임상연구협회(NSABP) 백순명 박사, 미국 국립암연구소 샐리 헌스버거 박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이반 웡 김 교수, 일본 교토대학 마사카주 도이 교수, 스페인 발스헤브론암연구소(VHIO) 호아킨 아리바스 박사 등 6명이 참여했다. 

GBCC가 가지는 국제 유방암 학술행사로서 기능과 역할, 그리고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한다. 

▶노동영 교수＝2007년에 열린 1회 대회 때만 해도 GBCC는 그냥 지식 공유에 그쳤다. 그동안 해를 거듭하면서 많은 발전을 이뤄온 듯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늘은 GBCC의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를 조망해보는 자리다. 향후 GBCC의 발전을 위해 많은 의견을 부탁드린다. 

 ▶마사카주 도이 교수＝굉장히 우호적이고 좋은 분위기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에는 약 14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단히 성공적이다.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또 저명한 인사를 초청하게 됐다. 그중에서도 의사뿐 아니라 대중과 환자의 공감을 얻은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이 밖에 서울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되는 것 같다.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화가 되는 것이다. 

▶이반 웡 김 교수＝올해로 세 번째 참여하고 있는데, 수준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유방암 타깃치료`라는 주제도 시의적절하다. 또 젊은 과학자들이 주제를 이해하고 정보를 공유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의료진과 유방암 생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점이 독특했다. 여성 환자들이 겪고 있는 생물학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고민까지 다뤄 뜻깊었다. 

◆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GBCC 

아직 아시아에 머물고 있는 GBCC의 현재를 꼬집는 따끔한 지적도 이어졌다. GBCC가 진정한 국제 학술행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으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백순명 박사＝GBCC는 성공적으로 아시아 연구자들을 유치했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의 연구자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표자를 초청할 뿐만 아니라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가 됐으면 한다. 

또 제가 좀 편견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으나 회의가 조금 축제 분위기로 치러지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이다. 많은 암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전체적인 회의 분위기가 너무 밝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아킨 아리바스 박사＝처음 참여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의료진과 연구진이 같이 참여하는 큰 관점을 가질 수 있는 학술행사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호작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초 과학자의 참여를 조금 더 유도했으면 좋겠다. 임상 분야에서는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반면에 기초 분야는 부진한 편이다. 

미국과 유럽에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학술행사들이 많다. 하지만 GBCC처럼 국제적인 참여자들이 있는 행사는 많지 않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계속해서 홍보를 한다면 GBCC는 큰 규모의 학술행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발제자가 보다 더 국제적인 패널로 이뤄지고, 발제자 동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 "아시아 임상그룹 형성 중심축 되기를" 

GBCC가 아시아 임상시험 그룹을 만드는 기반을 마련하기 바란다는 의견도 제시돼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임상 계획을 세우고 효율적으로 실시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밑받침이 되라는 것이다. 

▶백 박사＝GBCC가 아시아에 세계적인 임상시험 그룹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현재 아시아에 이런 그룹이 존재한다. 하지만 참여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GBCC가 한국 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샐리 헌스버거 박사＝만약 아시아 지역에 운영위원회가 있어서 임상시험을 계획할 수 있다면 다른 국가들과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발표하게 된다면 이 회의의 중요도와 명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점차 연구단체의 협력이 절실해지고 있다. 

미국은 3~5개 단체가 유방암을 연구하다 지속할 수 없어 운영위를 구성하게 됐다. 이들은 임상 계획을 세워 효율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아시아 지역에도 운영위가 있다면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노 교수＝좋은 조언 감사하다. 오늘 아침에 아시아 대표단들과 조찬회의를 함께했는데, 연구단체의 절실함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임상뿐만 아니라 기초 연구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의 리더들이 함께 모여서 추가적인 논의를 나눠야 할 것 같다.